참으로 다사다난한 2022년이었다. 2라는 숫자를 좋아하는지라 '2022년'은 막연히 행운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빡셌다(?). 회고글을 쓰려고 작심하지 않았더라면 최근 기억(최신효과)으로만 2022년을 기억할 뻔 했다.
1. 독서 기록
사실 기록을 제대로 남긴 게 거의 독서 기록 밖에 없었다. 그렇다보니 독서가 회고글 작성 소재 1순위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북적북적'이라는 어플을 쓰면 읽은 책의 평점과 함께 독서 기록을 쉽게 남길 수 있다. 이 중 평점을 높게 줬던(4점 이상) 책 중 10권만 선정해 간략히 기록을 남겨 보려고 한다.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 데이터를 소재로 글을 이렇게 재미있게 쓸 수 있다니... 데이터를 근거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면서 유머를 잃지 않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책 내용 자체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데이터로 살펴보면 사실 이래'의 구성이지만, 책의 내용보다는 그 구성을 풀어나가는 필자의 필력을 본받고 싶어졌다.
포커스
- 이랜드 CHO 출신, '면접왕 이형, 퇴사한 이형'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희'님이 쓰신 책. 개인적으로는 가끔씩 '와 정말 자사 컨텐츠 홍보에 진심이구나'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에게는 이 분만큼 동기부여를 해주는 분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컨텐츠를 거의 챙기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시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시간관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배우는 계기가 됐다.
피터 드러커의 자기 경영 노트
- 이것도 '이준희'님의 영향을 받아 읽었던 책이다. 역시나 시간관리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고, 내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단점을 고치려고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시간이 지나고 재독할 의사도 있다!
당신은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 공감에 대한 책이다. 더 나아가서 진짜 '공감'이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읽은 책 중에 마음을 가장 많이 움직였던 책 중 하나다. 요즘 귀찮아서 책 내용은 필사를 잘 안 하는데 워낙 구절 구절이 인상깊은 부분이 많아서 기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몇 가지 인상깊었던 구절을 남기면
동정은 상대를 위로하려 하지만, 공감은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그렇기에 공감에는 일정한 정서적 거리가 요구된다. (p.79)
공감은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던지며 즉각적인 답은 거부한다. "잘 모르겠어"는 공감의 가장 강력한 언어 중 하나다. (p.81)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인생이라 불리는 옷감을 꿰매어 연결시키는 한 올 한 올의 실가닥이다. (...)
서로 충돌하고 복잡한 자신의 본성을 용납하는 것은 결국 비슷하지만 다르게 뒤죽박죽인 타인의 모습에 대한 용납으로 이어진다. (p.191)
공감이 정의하는 정직은 자신을 명확하게 보고, 타인을 정확히 이해하며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그렇게 얻은 인식을 바탕으로 세심하고 배려있게 소통할 줄 아는 능력이다. (p.284)
만일 삶을 살아가는데 조금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오늘 아침은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 감정을 다루는 '변화의 삼각형'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 제목만 보면 굉장히 감정 과잉일 것 같지만 의외로 드라이(?)한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진짜 핵심감정을 가로막는 억제감정, 그리고 내 행동을 이해하고 사건을 바라보는 내 핵심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면에서 좋았다.
스토너
- 올해 읽으면서 최고로 좋았던 책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했으나 영문학 수업을 듣고, 영문학에 대해 크게 감명을 받고 학자의 길을 걷게 되는 한 남자의 연대기를 다루고 있다. 이 남자의 성공신화를 다루는 것도, 영웅적인 면모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안타까울 만큼 답답한 생애를 담담히 그려내는데 오히려 그래서 괜스레 감정이 동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문체가 담담하고, 굵직한 서사 중심으로 흘러가는 내용도 아니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책 추천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붙잡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딥워크
- 집중의 중요성을 다룬 책이다. 현대인들은 많은 것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정보를 과잉해서 받기 때문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데 사실은 집중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라고 책에서는 역설한다. 개인적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틀어놓고 공부하고, 제대로 집중도 못했으면서 '어차피 공부 안 할 거 조금이라도 한 게 어디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마음을 반성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도 계속 이러는 것 보면, 아직 정신 못 차린듯(?)
데미안
- 솔직히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한 구절이 절절이 와닿았기 때문에 기록에 넣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내가 되고 싶은 것으로 정체성을 정하고, 이를 위해 지킬 수 있는 습관들을 만들어 나가면 정체성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어떤 습관을 유지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나에게 경종을 울렸던 책.
행복의 기원
- 행복 연구로 유명한 서은국 교수님께서 쓰신 책이다. 책 제목만 보면 감성적일 것 같지만 읽어보면 학술적이고 다소 드라이하다. (하지만 그 드라이한 부분이 좋다.)
책 내용은 길지만 결국 마지막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식사'하는 사진으로 책 내용을 요약할 수 있겠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더 중요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서 사회적 활동을 하는 것'이 행복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을 '큰 성취'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현재를 보지 않는다면 아이러니하게 행복한 삶과 멀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성취한 것
회고를 하려고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보니, 마냥 나쁜 일과 실패한 기록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쓰고 나니 굉장히 소박한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뭔가 시작은 하고 유지력이 떨어지는 편(?)인지라 기억을 더듬어보기 전까지 올해도 아무 것도 완성한 게 없다고 생각했었다. 뭔가 완결을 지은 흔적이 있어서 나름대로 뿌듯했다.
3. 깨달은 것
실패는 흠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한 경험이 없는 것이 흠이다.
올 한해 많은 것들을 실수하고, 실패했다.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또 동시에 실패했기 때문에 얻었던 감정이나 교훈들이 있었다. 만약 실패도 없었더라면, 마음도 힘들지 않았겠지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없었을 것 같다.
오히려 시도하지 않고, 그로 인해 실패하지 않는 것이 실패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스스로 실패를 부끄러워하거나, 흠으로 생각하지 않고 잘 다독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보이는 것을 이것 저것 흉내만 내보면, 이룰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것저것 좋아보이는 것을 찍먹했지만, 확실한 목표나 유인동기가 없었고 그로 인해 흐지부지되는 게 많았다.
남들이 하는 것이 다 좋아보이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자기 중심이 없으면 여기저기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걸 느낀 2022년이었다.
꾸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항상 본인의 루틴을,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유지해 내는 것처럼 보였다. 시도하는 건 쉽지만, 열정이라는 요소는 시간이 지나며 고갈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루틴을 유지해내는 것 자체가 사실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가치를 회사 안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자.
회사에서 내 가치를 찾으려고 무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회사 밖에서 추구하는 내 가치관을 찾아보니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워커 홀릭"이라는 말이 사실은 좋아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 중독"이 제일 위험한 것이라고 한다.
회사에 관계없이, 통계 용어를 사용하면 회사와 독립적으로(indepencent하게) 내 가치관을 정립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마음 깊이 느꼈던 한 해였다.
모든 살아가는 것은 아름답다. 삶에 감사하는 태도를 갖자.
"감사"라는 것이 나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 편향적이라 좋은 것을 못 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몸이 아프기도 했고, 그러면서 더 마음이 괴로웠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올 한 해도 "감사"하려고 많이 의식해봤지만, 사실 잘 되지는 않았다. 꾸준히 노력이 필요한 부분일 것 같다.
2023년의 목표는 아직 세우지 못했다. 몸과 마음, 커리어와 일상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목표이면 좋겠는데 아직 잘 떠오르지 않는다. 최소한 "자기계발"이라는 요소에만 매몰된 목표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 목표였으면 좋겠다.
2023년 한 해에는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감사할 수 있는 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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