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 5기부터 8기까지, 어느덧 4기수 째 참여 중이다. '와 진짜 너무 힘들다, 다음 기수에는 참여를 못하겠다.' 싶은 때도 있었고, '같은 채널 사람들 글 읽는 게 재밌으니 구독 느낌으로 또 참여해야지' 싶은 때도 있었다. 결국 나름의 진폭은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참여해 왔으니 새삼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항상 글또 다짐글을 쓸 때는,
- 어떤 것을 공부할 것인지,
-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위주로..
그러니까 정말 글또 활동을 위한 다짐을 썼다면, 이번에는 글또 활동에 다시 참여하는 '나 자신'에 대한 마음가짐으로 다짐글을 작성해보려 한다. (그래서 딱딱한 경어보다는 친근한 평어로 작성한다.)
사실 글또 활동을 하면서 많은 능력자 분들이 작성해주신 글을 보면서, 이것도 저것도 다 좋아보여서 이것 저것 찍먹을 많이 했었다. 덕분에 이것 저것 새롭게 알게된 (이라고 쓰고 주워들은이라고 읽는...) 지식이 많았지만, 이것도 알아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많이 채찍질 해왔던 것 같다.
비슷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나만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어 초조한 모습을 많이 보였고,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회사 생활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 상반기 집중해 보려고 하는 건 크게 3가지이다.
1. 인과추론
이번 기수에 글또 활동 신청을 할 때도 '인과추론과 관련된 시리즈 글 작성'을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결국 돌고 돌아 인과추론으로 돌아온 건 결국 회사에서 가장 써먹을 만한 통계 지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딥러닝보다는 "이런 업데이트가 들어갔는데, 이게 효과가 있었을까? 없었을까?"를 보여줄 수 있는 게 회사에서도 더 도움이 될 것 같고 추상적인 것보다는 실용적으로 액션이 나오는 걸 바라는 내 성향에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계량경제학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학부 시절 경제학을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내 안목이 옳았다!"고 스스로 만족할 수 있기도 하거니와, 분석 케이스로 나오는 사례들이 경제학을 전공한 덕분에 마냥 낯설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다. (물론 수식은 여전히 매우 낯설어 진도는 안 나가고 있다.)(이게 맞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도 CausalImpact 패키지를 활용해서 나름대로 성과 측정을 해보기도 했고, 그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즐거웠다.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몰입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그래서 아는 게 더 많아지면 인과추론도 더 잘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꾸준히 공부를 해 볼 예정이다.
2. 개발(프로그래밍)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글또'가 '개발자 글쓰기 모임'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적인 지식은 전무했다. 오히려 개발자가 하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어 스스로한테 화가 많이 난 적도 있었다.
'그럼 공부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반문이 들어올 수도 있겠으나, 놀랍게도 파이썬 공부를 꾸준히 했었다. 매번 까먹어서 계속 같은 부분을 반복했을 뿐이다. 공부를 해도 늘지 않으니 현타가 정말 많이 왔고, '해도 늘지 않을 거야'라는 막연한 패배감이 누적되어 왔다.
그러다 회사에서 '자동화 작업' 관련하여 업무를 진행하게 된 일이 있는데, 나라면 인간이 강해져서 노가다를 했을 것 같은 일들을 팀장님께서 개발 지식과, 어떻게든 검색을 하면 불편한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개발자의 마인드를 바탕으로 척척 해내시는 걸 보며 크게 감명을 받은 일이 있다. (동시에 내가 해왔던 일들이 허무하게 느껴져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결국 중요한 건, 파이썬 코드를 한 두 개 아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 찾으면 어떻게든 답이 나온다
- 내가 불편한 건 기계를 시켜서 해결할 수 있다
- 반복하는 작업은 기능을 추가하여 공수를 줄일 수 있다
와 같은 개발자의 마음가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파이썬 알고리즘 문제를 조금 더 풀어본다거나, numpy나 pandas 책을 더 늘려서 반복 공부를 해본다거나 하는 건 현재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았고, 차라리 직접 개발 비슷하게 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부트캠프를 수강하면 가장 베스트겠지만, 직장인이 병행할 수 있는 주말반은 없어서 찾다 찾다 알게 된 게 유데미의 부트캠프 강좌...
Python 부트캠프 : 100개의 프로젝트로 Python 개발 완전 정복이라는 강의를 구매했는데,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시 복습하면서도 어떻게든 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하며 듣고 있다.
(참고로 내돈내산이다.)
class 쪽 강의를 듣고, 회사의 개발자분이 작성하신 코드를 보니 '까만건 화면이요, 하얀건 글씨로다' 하던 상태에서 어느 정도 보이는 게 있어서 신기했다.
부트캠프 인강 이외에도 컴퓨팅사고에 대한 책을 읽어본다던지, 개발 관련 문의사항이 있을 때 바로 개발자 분께 문의를 드리기보다는 코드를 파악해본다던지, 업무적으로 필요한 기능은 직접 개발을 해본다던지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3. UX / CX 관련 내용
기본적으로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마찬가지로 팀장님의 영향이 있었다. 분석 업무를 진행하실 때 현황 파악으로도 끝날 수 있는 자료를, 유저가 겪을 수 있는 불편사항, 고객 여정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액션을 도출하는 부분에 크게 감명을 받았었다. (동시에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나오지 않아 답답함을 많이 느꼈었는데,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액션이 나오기 위해서는 유저 관점에서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만으로 조금 답답함이 해소된 느낌이다.
유데미에서 UX강의도 잘 되어 있다고 해서 검색도 해봤었는데, 디자인이나 피그마 툴 사용법 같이 거창하게 할 건 아니라서 관련 기초책을 읽고 필요한 것만 쏙쏙 정리를 해 볼 예정이다.
딱 3개만 집중하면 좋긴 한데, 워낙 집중력이 떨어지는 성격이기도 해서 또 이것저것 일을 벌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3개 범주를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잘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라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작년 한 해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게, 결국 무언가를 새로 얻으려면 손에 쥐고 있는 걸 놔야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고 비워놓은 자리가 있어야 다시 뭔가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계속 채우려고 애쓰기보다는 필요하다면 어떤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를 잘 정하는 게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 달릴 수도 없고, 달리지 못한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가진 것을 내가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못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남이 채워놓은 것을 인정하고, 대신 누군가 채우지 못한 것을 나서서 채우기 위해 기꺼이 나설 수 있는 것.
남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보면서 초조해하기 보다는 필요한 것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에서 채워나가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실천해 나가는 게 상반기 목표이자 이번 기수 글또를 참여하는 마음가짐이다.
'일상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계학의 쓸모에 대한 단상 (6) | 2023.06.11 |
---|---|
좋은 데이터 분석가가 되기 위해 기억하면 좋을 것들 (feat. 글또 중간회고) (0) | 2023.05.03 |
2022년을 돌아보며 (2) | 2023.01.01 |
글또 7기를 마치며 (0) | 2022.11.06 |
늦게 데이터 분석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당신에게 (0) | 2022.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