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글또(글 쓰는 또라이) 10기의 마지막 글 제출 주기가 다가왔다. 이미 글또 시작 다짐글, 마무리 회고글을 여러 차례 (그것도 별다른 설명 없이) 올린 터라 글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스스로 새삼스럽다고 느끼고는 있지만, 혹시나 글또를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하여 간단히 설명을 해보려 한다.
글또는 개발자들이 2주에 한 번씩 기술 블로그에 글을 쓰고 그것을 인증하는 커뮤니티다. 큰 골자는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개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그런 역할도 톡톡히 했다.
나는 글또 5기부터 10기까지 총 6주기의 글또 활동에 참여했는데, 이번 글또 활동에 유독 감회가 남다른 건 이번이 글또의 마지막 기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10기가 글또 활동의 마지막이다. 열심히 하던 게임이 서비스 종료될 때 느꼈던 아쉬움 이후로, 이렇게 가슴 깊이 아쉬움을 느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글또 활동을 처음 시작할 무렵의 나는 이제 막 데이터 분석가로 전직한 지 10개월이 된, 그런 애송이 분석가였다.
팀에 데이터 분석가는 나 한 명밖에 없는데, 나라는 인간이 아는 게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배웠던 통계는 죄다 까먹었고 데이터 분석가의 기본 소양인 쿼리를 잘 사용하지도 못했다. 막연히 못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몰랐다. 성장을 하고 싶은데 뭐가 성장인지도 잘 몰랐다.
글또 활동을 처음 시작하면서,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며 비교하는 마음도 많이 올라왔다. 나는 아는 게 없는데 다른 분들은 본인의 지식을 기반으로 멋진 글을 척척 써냈기 때문이다. 6기에 참여할지 말지를 고민도 했었지만, 하다 보면 좋아지겠지 + 어차피 할 것도 없잖아 라는 마음으로 그저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어느덧 10기 활동의 마무리까지 달려오게 되었다.
이 글은 오롯이 나를 위한 글이기는 하지만,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한 사람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글이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글에 대한 이야기
아무래도 글쓰기 커뮤니티인 만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싶다. 글또 5기 시절에 작성한 글을 보면 기합을 내지르며 다 불태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글을 못 썼다. 사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지만... 🫠
당시에는 글의 구조를 잡지 않았고, 뭔가 공부한 내용이 있으면 그걸 정리하는 차원에서 글을 작성했다. 공부와 글쓰기를 병행하다 보니 글 쓰는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고, 대신 글의 구조를 잡는 시간을 경량화해 버렸다(?). 공부한 내용의 소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대충 뭐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후루룩 국밥 말듯 써버렸다.
7기 때 처음 블로그에 구글 서치 콘솔을 달았는데, 그 전에는 티스토리 블로그만 만들면 알아서 사람들이 들어오겠지 싶었다. 구글 서치 콘솔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유입할 방법이 없어 방문자 수가 굉장히 저조했는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글을 너무 못 썼기에 방문자 수가 이상하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내다 버린 1년 반...)
그러다 8기부터 처음 글또에 큐레이션이라는 시스템이 생겼다. 큐레이션이란 글또의 구성원 분들이 제출한 글 중에서 글의 완성도가 높은 글을 운영진이 엄선해서 글또 구성원 분들에게 공유해 주는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앞서 말했듯 나는 글의 구조를 잡지도 않고 냅다 일필휘지로 휘갈겨버렸기 때문에 당연히 내 글은 큐레이션에 선정될 수가 없었다.
언젠가 큐레이션 한 번은 당선되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던 중, 글쓰기에 대한 인식을 다시 정립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8기 당시 시지삶이라는 시간 관리 소모임을 글또 구성원 분들과 하고 있었는데, 이 중 큐레이션에 자주 선정되신 분과 회고를 진행하며 글쓰기를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구조를 잡고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 시간을 많이 쏟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 지금 이대로는 글쓰기에 발전이 없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3시간이면 글 하나가 나왔는데 이후로는 재보지는 않았지만 최소 5시간은 글쓰기에 투입하는 것 같다.
9기 때부터 글쓰기 수련의 성과가 나기 시작했는데 당시 제출한 3개의 글이 큐레이션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
- 길드는 유저를 응집시킬 수 있을까? 인과추론으로 바라보는 길드 영향력 분석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계열 개념 정리, 정상성부터 공적분까지
- 매칭(Matching)을 통한 인과추론 : 개념부터 실습까지 (feat. ChatGPT)
뭔가 성과가 나기 시작하니 글쓰기에 재미가 붙었고, 그러다 9기 막바지에는 글또 내 퇴고모임(소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퇴고모임에서 글쓰기 퇴고 체크리스트도 함께 만들고,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할까 생각하며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아무리 글을 대충 쓰고 싶어도 목차를 작성하지 않으면 글을 한 글자도 쓸 수 없게 되어버렸다.
10기에는 쓸모또(쓸만한 10분 모각글)라는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서,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다. 어떤 날은 과장 조금 보태서 울고 싶을 정도로 글을 쓰기 싫었던 적도 있었지만 쓸모또 덕에 10기는 패스를 하나도 쓰지 않고 모든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덕분에 10기에도 2개의 글이 큐레이션에 선정될 수 있었다.
9기 때는 거의 100%로 내 흥미로만 동기부여가 돼서 글을 썼다면, 10기 때는 글에 대한 흥미는 조금 줄었지만 대신 예상 독자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를 고려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내가 쓰면서 즐거웠던 글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독서 붐은 왔나요" 라는 글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글 중 하나인데, 글을 쓸 당시 안구건조증이 터져서 눈을 뜨기 어려운 상황에도 글쓰기가 재밌다는 마음 하나 붙잡고 뜰 수 없는 눈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려가며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반대로 글을 쓰기 싫은 마음이 들 때는 글에서 그게 더 잘 티 나게 된 것 같다. (어떤 글이 정말 쓰기 싫었던 글일까 맞춰보는 재미도 있겠다.)
그렇게 글또 활동을 거치면서 TIL 수준의 글(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전달력이 떨어지는 글)을 쓰다가 조금씩 한 편의 완결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완결된 글이란 글의 구조가 있고, 각 구조마다 하고 싶은 메시지가 3줄 내외로 정의될 수 있는 글을 의미하는데 10기부터는 TIL 글쓰기는 벗어나고, 완결된 글에 가깝게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좀 더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앞서 삽질했던 구글 서치 콘솔인데.... 구글 서치 콘솔을 통해 확인한 유입 키워드가 내 의도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누가 보겠어 싶은 글에 뜬금없는 키워드로 유입이 이뤄지는 걸 보면서 "어라? 이게 아닌데"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 반대로 자랑하고 싶은 글은 뭔가 조회수가 저조한 것을 바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내 글의 의도가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구나를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기술적으로는 SEO가 잘 되어서 예상 독자에게 의도가 온전히 잘 전달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또한, 독자가 내 글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얻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글또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 계속 쓰다 보면 정말 글쓰기가 늘긴 는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딱 쓰는 천재였으면 좋았겠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나는 글쓰기의 천재가 아니었다. 다만, 꾸준히 쓰면서 글의 기록들을 돌아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이긴 하더라. 꾸준하게 하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글또 활동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 네트워킹에 대한 이야기
글또 5기에 참여할 무렵은 2020년, 코로나가 한창 진행될 시기였다.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고, 라포 없이 온라인으로 만남을 갖는 것도 뭔가 어려웠기 때문에 네트워킹을 잘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혼자 수련을 하는 느낌으로, 무소의 뿔처럼 글쓰기에 집중했다.
코로나가 풀리기도 하고, 글또 활동이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온라인으로 스터디를 참여하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스터디를 몇 개 꼽아보자면, 데이터 해석학 입문이라는 책을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나 / 5기 때 참여했던 독서 모임 / 데이터 엔지니어 분들 사이에 껴서 빅지기를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가 기억에 남는다. 참여 시기는 좀 뒤섞여 있지만 스터디로는 요 3개가 기억이 강렬한 것 같다.
8기 때에는 잠깐 운영진을 거쳐가기도 했는데, 내가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은 것 같아서 1주기만 참여하고 9기부터는 다시 비운영진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운영진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을 보면 확실히 그때의 나는 운영진으로서의 자질이 뭔가 부족했던 것 같긴 하다.
소모임도 이것저것 참여했었다.
- 시지삶(시간을 지배하는 삶) - 지금은 잠깐 휴식기지만 회고 모임을 진행하면서 한 달, 분기, 반기, 1년을 어떻게 밀도 있게 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글또에 활동하시지 않는 분들도 참여할 수 있었지만 글또 구성원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시지삶 활동을 하면서 글또 구성원 분들에게 내적 친밀감을 쌓을 수 있었다.
- 퇴고 모임 - 9기 때 글을 쓰기만 하지 말고 잘 퇴고하고 서로 피드백 하면서 더 나은 글을 써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으로 길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나 임팩트 있게 참여했었다. 내적 친밀감을 가장 많이 쌓은 모임이기도 하고(나만의 내적 친밀감일 수도 있지만... 🥲)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어서 애정하는 모임 중 하나였다.
- 쓸모또 - 10기 때 주로 참여했던 활동이다.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글을 쓰고 글쓰기에 부담감을 낮추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모임이었고 비록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을 낮출 수는 없었지만..(글쓰기는 늘 어렵다)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는 경험을 하면서 10기를 패스 없이 완주하도록 만들어준 1등 공신인 것 같다.
그리고 커피챗도 무척이나 소중했다. 데이터 분석가를 만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아, 다른 데이터 분석가들은 이런 일을 하는구나"를 커피챗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지금 내가 하는 업무에 뭔가 적용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영감을 얻기도 했다. 더불어 나는 우물 안 개구리구나,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글또에 계신 분들 자체가 참 따뜻해서 같은 기수에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전직한 지 얼마 안 되어 불안도가 매우 높았던 내가 비교적 잘 적응해 나갈 수 있었던 건 글또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다.
다양한 직군에 계신 분들과 만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았고, 데이터 분석가 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런 저런 영감을 받을 수 있던 것도 참 좋았다. 종종 커피챗을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역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면서 관계의 폭을 깊고 넓게 만들어나가는 분들을 보면서 내 활동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좀 더 다정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좀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아쉬움이 많이 든다.
정말 더 늦기 전에, 꼭 한 번 쯤은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봐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 나에 대한 이야기
글또 활동을 하면서 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서도 살짝 얹어보려고 한다. 글또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나를 돌이켜보면 통계에 대한 지식을 모두 잃어버리고(사실 까먹은 거지만) 잘하고 싶지만 주변에 잘하는 사람에 못 미치는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통계 기초 공부를 꽤 오래 붙잡고 있었다. 수리 통계학이나 회귀분석을 공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만하면 기초가 부실하다는 생각에 다시 회귀분석으로 회귀해 버리는 그런 일이 꽤나 잦았다. (joke 😉)
그때는 진도가 너무 안 나가서 도대체 나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싶은 생각만 했던 것 같은데 4년 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래도 적지 않은 것들을 쌓아온 것 같다. 수리 통계학과 회귀분석에서 제자리걸음만 밟고 있었는데 지금은 인과추론, 베이지안 통계와 같이 좀 더 구체적인 영역으로 들어왔고 또 그걸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확실히 있다. 단순히 재미인 것도 있고 다음 스텝을 밟아 나가기 위한 기초 쌓기인 것도 있지만 회귀분석으로 회귀하는 일이 전보다 확실히 줄었으니 어쨌든 의의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글또 활동을 거치면서 뭔가 추상적이긴 하지만 좀 더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글또 활동을 거치면서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고, 독서량을 많이 늘려서 그 과정에서 생긴 변화일 수도 있지만 좋은 분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받은 것도 분명 영향을 줬을 거라 믿는다. 고민도 들어주시기도 하고, 작은 성취에도 힘찬 응원과 격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씩 힘이 생긴 게 아닐까.
여전히 스스로 돌아볼 때 약점은 많이 보이지만, 뭐 어쩌겠나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힘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유능감과 자존감을 키우는 데 글또가 많은 역할을 했다.
🚪 나가며
이 메일을 시작으로 글또 활동에 입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약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10기 활동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더 이상 이 메일을 받아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지고, 또 센치해지는 기분이 들지만 글또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분들을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또, 2주에 한 번씩 나의 파편을 기록해 나가며 이정표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글또 활동을 돌아보니 어쨌든 헛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글또의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렇게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신 글또의 운영진 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든다. 또, 글또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 참으로 영광이다.
글또 활동은 마쳐도 이때의 귀한 인연을 놓치지 않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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