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회고가 좋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시간을 내서 뭔가를 돌아보는 게 정말로 어렵게 느껴진다.
그나마 몇 달 전까지는 시지삶이라는 회고 모임에 참여했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꾸준히 회고라는 것에 시간을 투입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 시지삶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회고와 멀어지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N개월 이상 회고를 하는 습관이 들어서 괜찮지 않을까 싶었는데, 루틴을 유지해야 하는 목적이 상실되니 마치 모래성같이 회고 습관이 사르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이에 다시 한 번 회고에 대한 마음을 다 잡기 위해 오랜만에 블로그에 글을 남겨본다. (이 글도 몇 번을 미루다 쓴 건 함정)
회고의 어려움에 대한 회고
1. 측정 가능한 목표가 없음.
측정 가능한 목표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했던 일에 대해 평가할 것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없으니 어영부영 넘어가게 되는 게 있다.
To-do (책을 N권 읽는다, 인강을 N% 듣는다) 리스트의 형태의 목표를 예전에 많이 세웠었는데, 특별한 비전 없이 단순히 여부만 체크하는 것이 크게 보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 뭔가 비전을 만들어보자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거창해지면 거창해질수록 스스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국 목표가 없어도 불만, 있어도 불만인 상태가 되어버려 이래저래 흐지부지 된 것 같다.
2. 회고할 거리를 자꾸 까먹음
사실 이게 가장 큰 요인인데, 시간을 내서 뭔가를 회고하려고 해도 떠오르는 게 딱히 없다. 목표가 없으면 없는대로 떠오르는 게 없고 월간 / 주간 목표를 간단하게라도 세웠어도 잘 된 건 그냥 해서 잘 됐나보다, 안 된 건 그냥 못해서 안 됐나보다 하고 회고가 어영부영해지는 게 있었다.
그러면 평소에 잘 적어두면 좋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것 또한 쉽지 않았다. (자꾸만 변명하게 되는 것 같지만..)
성향 자체가 부정 편향적인 성격이다보니 뭔가를 돌아보려고 앉으면 자꾸 잘 되고 있지 않은 부분만 떠오르게 된다. 굳이 시간을 내서 나쁜 생각만 하면 힘드니까 회고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게 있었고, 또 "좋은 걸 떠올려보자!" 하면 그건 그거대로 긍정적인 걸 떠올리는데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이래저래 평소에 회고를 소홀히 하게 되는 게 있었다.
또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팩트가 아니라 감정만 남는데, "좋았다, 싫었다" 등의 감정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감정만으로는 다음의 적용점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회고 자체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적용점
결국 회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 없이 흐지부지 되는 것 / 회고할 거리를 까먹게 되는 것과 같은 방해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 측정가능한 목표가 없다
- 작더라도 다시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세우자.
- 회고할 거리를 까먹는다.
- 되도록 금방 금방 적어놓고, 감정을 배제한 사실적인 것에 대한 기술을 하려고 노력하자.
- 잘 한 게 있다면 그냥 잘했나보다 넘어가지 말고 충분히 칭찬해주는 시간을 갖자.
7월 ~ 8월 중순 돌아보기
1. 신체
그래도 꾸준히 잘 유지했다고 생각하는 건 운동이다. 사실 운동은 주4회 ~ 5회 (지난주 한정 6회) 꾸준히 해 왔는데, 놀랍도록 체중이나 신체 변화가 없다.
아마 식단을 별로 열심히 안 하고, 운동 강도가 강하지 않고, 저강도 운동인 것을 감안할 때 1시간 정도의 운동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꾸준히 가면서 좋아진 점이 있긴 있다.
체력이 좀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신체 변화는 뚜렷하게 없어도 약간 체력이 좋아진 건 느껴진다.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어쨌든 아침에 땀을 쫙 빼고 샤워를 하면 하루 보람차게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식단을 열심히 하지 않는데다가, 최근에는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를 많이 먹어서 굉장히 당 섭취를 하면서 체중이 안 좋은 쪽으로 변화해 버리고 말았는데, 역시 당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으로 증명해버리며 깨달았다.
얼마 전 EBS에서 건강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체중 감량에 성공하는 비율은 0.5% 정도이며 살을 빼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살을 뺀 상태로 유지하는 게 어려운 것이며 결국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위한 나만의 좋은 습관을 정착해야 한다는 게 큰 골자이다.
그런 관점에서 결국 신체와 관련해서는 특별히 목표를 세우기보다 지속 가능한 습관을 정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체중 재기 / 식단 기록하기 / 운동 주 5회 이상 가는 것 꾸준히 유지하기 / 간식보다는 단백질 위주로 챙겨먹기
이런 습관들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체중을 감량해 나가야 할 것 같다.
2. 독서
7월에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
- 헤르만 지몬의 프라이싱
- 로지컬 라이팅
- 함께 자라기
- 성공하는 프로그래밍 공부법
이렇게 4권 정도를 읽었다. 많이 읽지 못한데다 딱히 독서 기록을 해놓지 않아서 "애자일" 개념에 대해 알게 됐다 빼고는 모든 것이 휘발되어 버렸다.
애자일 개념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글또에서의 "독서 인사이트 모임"에 참여 했을 때에는 나름대로 인사이트를 기록해두려고 노력해서 덜 휘발되었던 것 같은데, 그 때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조금 읽게 되더라도 정성껏 읽고 노션에 간단하게나마 읽은 내용을 기록해둬야겠다.
3. 지적
계속 통계 공부를 하긴 해왔다. 수리 통계학과 베이지안 통계를 공부했는데 이론 공부만 계속 늘어지다보니 어느 순간 공부가 너무 재미가 없다는 마음이 들고, 그러면서 더 공부가 늘어지고, 더 공부가 재미 없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는 좀 각성해서 보던 베이지안 기초책 (first course in bayesian statistical methods) 을 다시 1회독 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 1회독 했던 경험이 있어 금방 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개념의 누수가 많아서 이를 채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는 게 너무 없다보니 집중이 잘 안 되고 몰입이 무너졌는데, 막바지 즈음에 ChatGPT를 써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ChatGPT에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개념의 누수를 좀 채울 수 있었다.
이론 공부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이론 공부만 하다보니 또 뭔가 물리고 공부의 의미가 흐려지는 감이 있었다.
예전에 어디선가 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문구를 인용하자면 실습 없는 이론은 공허하고, 이론 없는 실습은 맹목적이다 라는 느낌이다. (원문은 내용 없는 생각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이다.)
이론과 실습을 같이 배워놔야 더 오래 잘 기억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공부의 의미를 잘 다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향후에는
- 최근에 공부한 베이지안 기초책을 간단하게라도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기 (기억 까먹 방지)
- 베이지안 개념을 심화해서 사용할 수 있는 통계 공부 (머신러닝을 활용한 웹 최적화 / 베이지안 그래프 기반 인과추론 공부하기)
- Kaggle에서 베이지안을 적용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찾고 이것저것 분석 실습해보기
의 단계로 공부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4. 업무
회고를 잘 하고 싶지만 아이러니하게 회고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아마 감정이 가장 많이 건드려지는 영역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 꾸준히 + 객관적으로 사실을 기술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일간회고 + KPT 의 양식을 따라서 회고하기)
- 프로덕트 관점에서 가설을 증명할 수 있는 지표 정의하기
- 프로덕트 관점에서 개선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액션 플랜 제안 (+ 개선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
- 이상탐지 프로세스 만들기
가 장기적이고 또 추상적인 목표이다.
여기까지가 회고에 대한 나의 회고이다. 회고 습관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좀 더 의지를 다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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