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 심리학의 대가라고 손꼽히는 마틴 샐리그만의 "낙관성 학습"이라는 책을 읽었다. 아마도 이 책은 인문, 그 중에서도 심리학 카테고리에 분류되고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자기계발 카테고리에 들어가도 크게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삶 전반에 걸쳐 유용하게 적용해서 읽을 만한 책이라는 뜻이다.
굉장히 두꺼운 책이지만, 간략하게 요약하면 책은 아래의 내용을 담고 있다.
- 사람들은 학습된 무기력(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오래도록 반복될 때 느끼는 무기력한 감정),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잘못된 설명방식(ex. 나는 안 될 거야, 나는 늘 그렇지 등)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낀다.
- 학습된 무기력이 반복될 때 사람은 비관적이 되는데, 비관적인 사람은 낙관적인 사람보다 삶 전반에 걸쳐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낙관적인 사람이 커리어, 건강 등 영역에서 모두 더 성취를 많이 이룰 수 있다.
- 비관적인 사람은 "지속성(이건 평생 반복될 거야)", "만연성(이게 보고서를 잘못 쓴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그냥 문제라서 반복하는 일이야)", "개인화"(모든 것이 다 내탓이야) 하는 설명방식을 보이는데, 이러한 설명방식은 비관성을 더욱 강화한다.
- 그러나 때로는 비관성이 도움이 되기도 하는데, 비관적인 사람이 낙관적인 사람보다 좀 더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통계, 기업경영, 설계 및 안전관리, 회계 등의 커리어에서는 어느 정도 적당히 비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 다행히 낙관성은 후천적으로 어느 정도 학습할 수 있으며, 유연하게 취사선택할 수 있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비관성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비관적으로, 하지만 일상에서는 좌절할 일이 생겼을 때 낙관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를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모든 영역에서 낙관적인 편이라면 "역시 나는 잘 하고 있구나" 하는 성취감을 얻는 데 그치겠지만, 인간이 늘 낙관적일 수 없고 최소한 국지적으로 비관성을 띄는 약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만일 조금이라도 비관적인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상을 통해 책 추천에 대한 근거를 조금 더 강화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비관성에 대해 나름의 이해를 축적해 와서 그런지 책이 더 잘 읽히는 게 있기는 했다. 비관성 박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학사 수준은 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비관성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반적인 수준의 감정이라면 비관성 역시도 쓸모가 있는 것이기에 구전이 되오고 있을 것이다. 비관성이 사람들에게 100% 해를 끼치는 절대 악이라면 이것은 생존에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진작 사라졌을 것이다.
비관성은 좌절과 고통의 순간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다만, 찾아온 고통과 좌절이 1점 수준이라면 그걸 8, 9점 수준의 재앙으로 해석해버릴 뿐이다.
- 최악을 생각하고 있다가, 막상 1~2 정도의 상황이 펼쳐지면 안도가 된다. 그러면 고통은 즉각적으로 사라져버리게 된다.
- 일상을 살아감에 있어 어느 정도의 좌절과 고통은 온전히 내 영역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운적인 부분이 많은 것인데 그 불확실성 역시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 불확실성을 "내 탓"이라는 것으로 설명해버리면 불확실한 부분이 사라져버리면서 고통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8~9점 수준의 재앙을 스스로 만들어내더라도 나름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전략을 유지하는 것 같다는 것이 경험이자 가설인데, 결국 나 자신이 고통받는 걸 지켜내고자 스스로 고통을 만들어내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다.
낙관적인 사람이든 비관적인 사람이든,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고, 찾아오는 순간의 좌절과 고통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가 낙관성과 비관성의 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낙관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아예 고통이 0이라는 것이 아니고, 고통을 1~2점 받더라도 자신을 믿고 그 고통을 그냥 1~2만큼만 감내해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것은 비관성에 대한 나의 해석, 그리고 낙관성과 비관성에 대한 책의 내용을 기반으로 다다른 결론인데, 어떤 고통에 대해 "내 탓"이라는 부산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그저 "아, 이게 내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구나. 내 감정이 상했구나" 까지만 생각하고 그 고통을 잘 견뎌내는 것이 "낙관성"이라는 해석을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고가 잘 이루어진다면, 비관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건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순환 논리에 빠지게 되는데, 책에서 말하는 비관성 극복 전략을 통해 순환 논리를 깨부술 수 있다.
당신의 부정적 견해가 옳다고 칠 때,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그래서 하늘이 무너졌는가?
내 감정이 상하더라도, 그게 하늘이 무너지지는 않는다. 당장 비관적인 생각이 들더라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내가 비관적이라는 증거가 나온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만성적으로 비관적인 것보다 지속적으로 낙관성을 연습하며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이다.
내가 무너지지 않고, 활력과 열정을 잘 유지해나갈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커리어를 잘 쌓아갈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좀 더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
기술을 잘 습득하는 것,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나가는 것, 직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나를 지키는 낙관성을 잘 유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커리어에 가장 유리한 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일 스스로 비관적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혹은 잠시 비관적인 상황에 놓여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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