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릿"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릿"이 무엇인가 하면,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꾸준히 정진하도록 만드는 의지이자 끈기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재능보다는 노력, 끈기, 꾸준함이라는 것인데 고등학교를 졸업(벌써 얼마나 오래전일인가)한 이후로 무언가를 끝까지 마무리지었던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 읽는 동안 얼굴이 후끈거렸다.
특히나 글또 활동을 하면서, 실력도 좋은데 또 노력까지 열심히 하시는 분들과 함께 활동하니, '나는 재능도 없는데 심지어 노력까지 하지 않는단 말인가?' 싶어 반성하게 되는 지점도 꽤나 많았다. 동시에 열심히 노력하는 분들에게 자극을 받다보니 미약하게나마 한 발자국씩 내딛을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나와 타인을 비교하면 '반성'의 마음이 올라오지만,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 '나에게도 그릿의 불씨는 남아있었구나' 하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첫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데이터 분석가로 새롭게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나는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마무리도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성장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던 때에 글또를 만났고, 무언가 조금씩 시도해보고, 시도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작게나마 마침표를 찍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2021년 성취한 것
1. 한없이 미루기만 했던 수리 통계학을 한 바퀴 돌리는 데 성공했다.
수리통계학은 학부 시절에 1년 반을 쏟아부었던 과목이라, 양이 참 방대한데 그렇다보니 조금 공부하고 멈추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기 일쑤였다. 글또 5기를 끝마칠 무렵부터 글또 6기를 시작하기 전에, '수리통계학은 진짜 한 바퀴 쭉 공부하고 블로그에 기록해봐야지'라고 목표를 세웠고, 글의 질이나, 가독성이나 그런 것들을 따지기 이전에 내가 쓰려고 했던 주제는 다 마무리 지었다.
완주를 목표로 시작한 일에 잘하는 것까지 바라는 것은 큰 욕심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정도로 만족한다.
2. 파이썬 공부를 시작했고, 현업에서 써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언젠가 써먹을 수 있도록 지금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나는 R 유저다. R만으로 왠만한 통계 분석은 다 되어서(내가 완벽하게 잘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님), '파이썬을 공부해야지'라고 생각은 해도 필요가 없었기에 매번 미뤘었다. 파이선 삘이 꽂혀서 인프런 강의는 이것저것 수집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돈만 쓰고 듣질 않아서 '차라리 쇼핑을 했으면 물건이 남기라도 하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는데...
올해부터 파이썬 공부를 하자고 마음 먹고 이것저것 치기로 사뒀던 인강도 완강하는데 성공했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글또 5기를 마치고 글또 6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pandas의 index나 series 개념 같은 게 R에는 없어서, 계속 매번 머릿속에서 충돌이 나고,
ggplot으로 chain을 걸어서 그래프 뚝딱 만들던 걸, seaborn에서는 어떤 그래프를 지원하는지조차 잘 몰라서 '아 이걸 내가 그릴 수 있기는 한건가?' 이것부터 헤매기는 하지만,
그래도 파이썬을 다뤄보고 싶어서 지금도 공부하고 있고(사이킷런을 공부하고 있다), 조금 더 익숙해지면 캐글 데이터로 이것저것 전처리나 그래프를 그려보고 싶다.(머신러닝까지는 아직 욕심같다.)
3. 숙원이었던 시계열 공부를 시작했다.
옛날에 어떤어떤 이유로 고려대 후문의 인쇄소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김창진 교수님의 계량경제학 노트를 구했었드랬다.(TMI. 고려대 출신 아님)
그런데 시계열을 안 들은 통계학과에게, 계량경제학 노트의 시계열 파트는 진입장벽이 높았고, 시계열을 포기하게 되면서 그 후로 이 노트는 내 방 한 구석에 있는듯 없는듯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다 회사 업무로 '시계열을 공부해야 한다!'라고 각성한 후,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지만 과거의 기억으로 바로 공부는 못하고 일단 수리통계 / 회귀분석부터 공부하고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는 다짐을 했다.
수리통계학과 회귀분석(이건 수리통계학보다 시점이 앞서서 글또 5기할 때 공부했었다)으로 수련을 마치고 다시 마주친 시계열. 수련의 효과가 성공적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갓갓노트의 숨겨진 진가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으로 공부를 하면서 옛날부터 도통 이해할 수 없던(그저 코드로만 알던) 개념들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단순히 이해를 한 걸 넘어서 시계열이 재밌었는지 왜 옛날에는 미처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공부를 했다.
이론을 익혔으니, 실습을 해보자! 라는 마음인데 R 말고 파이썬으로는 도통 감이 안 잡혀서, 며칠 고민고민하다 패스트캠퍼스 인강도 질렀다.
아마 내년 상반기에는 파이썬과 시계열 인강을 열심히 듣고 있을 것 같다.
2021년 들었던 생각들
1. 변화에 잘 적응하기
2020년, 처음으로 데이터 분석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이것저것 직함은 달라졌지만, 어쨌든 리서처라는 직군으로 2~3년 가량 업무를 해 왔다. 리서처에게는 요구사항에 맞춰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서 어마어마한 분량의 문서를 잘 정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인데, 데이터 분석가에게도 물론 이것은 중요한 역량이겠지만
수학, 통계,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역량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많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SQL로 원하는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도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으니까. 그리고 역량은 아직도 노력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리서처로 일해왔던 경험이 주는 이점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은 원래 자기 자신에게 더 야박한 면도 있으니까.
아무튼 데이터를 추출하고, 나름대로 분석하고, 문서화하고 이런 저런 우당탕탕을 해오다가, 올해 직책을 갖게 되었다. 업무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잘 해야 해'에서 '우리가 좋은 결과물을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가 되고, '내가 성장해야 해'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해야 한다는 부분에서는 변화가 생겼다.
아직도 실무에서 우당탕탕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데도 괜찮을까 싶어 고민이 많았다.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보기도 하고,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같이 고민해주는 게 느껴져서 무척 감사할 정도였는데, 감사한 마음과 별개로 조언이 체화가 되지는 않은 탓인지 여전히 우당탕탕하고 있다. 실무를 잘 하는 것과 조직이 잘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많이 다른 것 같다. 나와 동료의 속도를 맞추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하는데, 속도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속도를 맞춰야 하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는 것 같다.
'White Noise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값이 막 왔다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어느 평균에 수렴하는 것'처럼 나도 이것저것 우당탕탕 해가면서 나에게 맞는 속도가 무엇인지 찾아나가야 할 것 같다.
2. 적절한 쉼과 휴식에 대해
마음을 차분히 하고 휴식을 가져야지, 다짐하던 때에 변화가 생겨서 '적절한 휴식', 그리고 '나를 아껴주는 것'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속상한 마음이 들어도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억지로 괜찮다고 하고, 스트레스가 생겨도 어떻게 풀어야할지를 몰라 마스크를 쓰고 밤에 개천을 산책나가기도 했다. (근데 이건 잘 몰랐던 것 치고 괜찮았던 선택인 것 같다. 산책 강추)
- 내가 뭘 좋아하는지
- 나는 어떤 것을 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그리고 그 감정에 대해 온전히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지
- 나는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때 행복해하는지
등등 나를 아껴주면서 이런 것들을 많이 알아나가고, 채워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
3. 명상록의 구절
올해는 책을 많이 읽었다. 올 6월부터 읽은 책을 기록해서 정확히 몇 권을 읽었는지는 모르지만, 6월부터 12월까지 7개월 동안 63권의 책을 읽었다. 책 감상도 기록을 남겨두면 좋았을텐데, 마음에 드는 구절만 필사해놓고 끝나서 책 개별에 대한 감상을 남기지는 못해 아쉽지만, 아무튼 63권 중 올해의 책을 꼽자면 "명상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네 힘이 미치지 못하는 외부의 원인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네 자신으로 말미암은 원인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바르게 하라
- 공동체에게 해롭지 않은 것은 개인에게도 해롭지 않다. 네가 해를 입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기준을 적용해서 판단하라. 공동체가 그 일로 해를 입지 않았다면 나도 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 반면에 공동체가 해를 입었다면 너는 공동체에 해를 입힌 자에 대해 분노하지 말고 그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그에게 말해주는 것이 마땅하다
- 한 사람에게 주어진 그 어떤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도 가장 바르게 말하거나 행할 수 있는가. 그 상황이 무엇이든 가장 바르게 말하거나 행하는 것은 오로지 네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도 네가 마치 외부의 상황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다는 듯이 변명해서는 안 된다.
구절구절마다 와닿는 부분이 참 많았다.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마다 명상록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심스레 추천도 해본다.
다가올 2022년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선생님과 함께 잘 헤쳐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년 목표
이건 간략하게 써보면
- 2021년에는 이론 위주로 공부를 했으니 2022년에는 좀 더 실용적인 것에도 손 대보길
-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나를 많이 아껴주기를
-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기꺼이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가올 2022년도 파이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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