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TV를 잘 안 보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나름 챙겨보는 편이다. 시청률을 의식한 탓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매 회차마다 소위 OO좌라고 불리우는 '빌런'역할의 사장님들이 출연하시는데 그걸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면서 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된다.
왜 어른들이 막장드라마를 그렇게 챙겨보셨는지 골목식당을 보다보면 알 것 같기도 하다.
처음에는 부족한 맛, 서비스정신, 위생상태에 분노하다가, 중간부터는 외식업계의 한참 대선배격인 백종원 님이 '정도(正道)'를 알려주셔도 본인의 고집을 포기하지 못하거나, 핑계를 대는 모습이 보이면 답답해하고, 또 그러고 나면 '나야말로 욕할 자격이 있는건가?' 반성하게 된다.
사실 분석가, 아니 넓게 보면 회사를 다니는 모든 사람들도 결국 '커리어'라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유지해서, 오랫동안 생산활동을 하는 게 목표일 것이다. 그리고 각자 직군마다 커리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커리어와 관련해서 고민이 있어, 멘토격이라고 생각하는, 그러니까 '백종원의 골목식당'으로 따지면 백종원 님 역할에 해당하는 분을 찾아 뵈었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실력을 쌓고 싶은데, 벽에 막힌 기분이 든다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실력을 쌓을 수 있을지 여쭈었고,
그 대답은 간결했지만 묵직했다.
"데이터를 치열하게 보면서, 나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곱씹을수록 부끄러워졌다.
나는 정말 이 정도를 걷고 있었을까?
조금 더 다양한 데이터를 찾아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일을 조금 더 빠르게 끝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아서 조금 더 노력할 수 있던 길을 포기한 건 아닐까?
내 모습을 '골목식당'에 투영하면, 어쩌면 입으로만 노력하고, 고민의 방향이 '어떻게 하면 고객들이 더 만족할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몸이 덜 피곤하면서 고객들 컴플레인 없이 돈 많이 벌 수 있을까?' 이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러웠다.
정도를 알면서도, 편법을 찾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부끄러웠다.
그냥 말로만 노력하는 사람이고, 실제로는 그냥 게을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웠고,
이런 내가 쉬이 다른 사람의 노력을 판단하려 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어쩌면 아직은 매일 매일 업무가 어려운 현재의 내 상태가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오히려, 내가 업무를 가볍게 여기는 순간이 제일 경계해야 하는 순간일 것 같다.
몸이 불편하더라도 '정도'를 향해 정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골목식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교훈이자,
인생 전반에 적용해야 할 지침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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