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로운 회사에서 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전에도 다른 회사를 다닌 이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1년은 감회가 남달랐다.
지금 회사에 입사하기 전, 개인적인 상황이 매우 안 좋기도 했고.
데이터 언저리만 맴돈 끝에 처음으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영향도 있다.
감회가 남다른 만큼, 얼마 전에 2020년 회고글을 작성하기는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1년 동안 내가 어떤 일을 해 왔고, 어떤 것들을 보완하고, 어떤 것들을 계속 해나가면 될 지에 대해 회고록을 작성해보고자 한다.
지난 1년동안 해 온 일
'IT컨설턴트'니, '소셜 빅데이터 리서처'니, '리서처'니 여러 형태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옛날에 했던 일들은 '리서치'의 연장선이었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한 세부 항목들을 산출물로 정리하는 일련의 단계들을 밟아나간다고 보면 된다.
요구사항 정의 -> 데이터 조사 및 수집(데스크 리서치 포함) -> 데이터 정리 -> 문서 작성 -> 문서 검수 를 몇 개월에 걸쳐 진행한다.
지금 하는 일도 이전에 하던 업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초반 교육 기간을 제외하면) 지난 1년 간,
-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 반응이 어떠한지 파악하거나,
또는 특정 이슈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들을 조사 - 이를 문서화하여 1주(또는 격주)마다 자료 공유
- 이외에 BI 대시보드를 관리
- 타 부서의 요청 데이터를 처리
에 대한 업무를 진행했다.
기존 업무와 달랐던 부분
결국 다른 사람에게 공유되는 형태로 '문서화'를 한다는 측면에서는 '리서치' 업무와 지금 업무가 유사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신입으로 들어왔어도 이 부분에서는 별도의 적응 기간 없이 스무스하게 넘어갔던 것 같다.
(어쩌면 내부적으로 중요도가 낮아서일수도 있지만.)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건, 요구 역량에 대한 부분이었다.
'리서처'는 극단적으로 '소프트 스킬'만 사용한다.
- 외부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 업무를 하다보면 고객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 생길 때가 있다. 이 때, 전화 또는 메일로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혹은 외주 업체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걸 관리해야 할 때도 있다.
-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 : 3개월 이상의 프로젝트를 혼자 힘으로는 절대 할 수 없기에, 팀원들끼리 업무를 나누기 위해서도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다. 하다못해 '데이터 분류'라는 단순 작업 업무를 하더라도, 누구는 'A'로 분류하고 누구는 'B'로 분류할 수 있기 때문에 공통된 합의 내용이 필요하다.
또, 업무를 분업화하기 때문에 일정 관리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 문서화 : 문서가 제일 중요한 산출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서를 논리적으로 잘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고, 시각화도 무시할 수가 없다.
단순히 오탈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수준이 아니라,
색감을 어떻게 맞출지, 폰트 크기가 틀어지지는 않았는지, 문서 인쇄했을 때 깨져서 보이는 부분은 없는지, 표 같은 게 안내선을 벗어나지는 않았는지.. 이런 것들을 최종 전달하기 전까지 계속 검수해야 한다.
문서를 논리적으로 작성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매우매우 중요해서,
극단적인 예시 하나를 들면 혼자 프로젝트 하나 뛸 때 총 5주 기간 동안 문서 흐름 잡는 것만 3주를 빠꾸 먹은 적이 있다...
그리고 남은 2주간 폭풍 야근 ㅎ...
하지만 '데이터 분석가'의 업무는 '하드 스킬'도 무척 중요한 것 같다.
- SQL : SQL 을 이용해서 데이터 분석을 해야하는데 SQL 실력이 부족한 편이라 초반 적응에 애를 먹었었다.
수습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피드백해주시고, 실력이 올라올 수 있도록 기다려준 팀에 무척 감사했다.
- 통계 및 머신러닝 이해도 : 통계학과를 졸업하기는 했지만, 경제학 복수전공을 한 반쪽짜리 통계학과인데다
이전 실무에서 '통계'나 '머신러닝'을 쓸 일이 없었다. 통계라고 쓰는 건 '평균', '중앙값'을 구하는 정도였는데,
지금은 이것저것 더 실험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지식이 부족해서 시각화에 그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매우 아쉽다.
- 데이터 엔지니어링 : OLAP이니 ETL이니 전혀 알아 듣지 못하는 수준이다.. 팀에서 엔지니어링 관련 업무를 할 일이 없기는 하지만,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몰라서 이 데이터를 어느 수준까지 믿고 써야할지 감이 잘 안 올 때가 있다. 엔지니어가 아니라, 계속 확인해봐야 할 사항인 것은 분명하나 어느 정도 아는 거랑, 아예 까막눈인거랑은 사정이 다를 것 같다.
부족한 부분 & 비교적 잘 한 부분
위에서 언급한 'Hard Skill'은 계속 불만족스럽다. 공부를 하려고는 하는데, 단기간에 늘지도 않거니와 꾸준히 공부를 잘 하지도 않아서 실력이 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Soft Skill'은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일하면 일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인다.
애초에 리서치 회사에서 일할 때 '커뮤니케이션'이나 '문서화'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보니 지금 일하면서도 부족한 게 많이 보인다.
문서에 잘못된 내용을 다 걸러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을 설득시키기 위한 시각화 방식을 채택하지 못해 매번 비슷한 내용으로 피드백을 듣는다.
뭔가 조사를 진행하다보면, 처음에 궁금했던 것과는 별개로 엉뚱한 자료들만 잔뜩 만들어놓고 혼자 수습을 못하고 있기도 하고..
정리하려고 하면, 처음에 궁금했던 게 뭐였는지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아 결국 뭔가 용두사미로 끝날 때가 많다.
그래도 비교적 기대보다 괜찮았던 부분도 굳이 굳이 찾자면 다음과 같다.
- 리서처로 일했던 경험 덕분인지, 백지를 덜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처음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게 백지를 채우는 것이었다. 아무리 상급자가 레이아웃을 그려줘도, 구체화해서 그리는 게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레이아웃도 내가 만들어서 검토를 받아야 했는데, 거기서 오는 백지 공포가 꽤 컸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이런 경험들을 하고 나니, 비교적 백지에 대한 공포가 많이 줄었다. -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일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게임회사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다보니, 전문적인 지식은 전무하지만 '어떤 주제에 대해서 분석하면 좋을까?'에 대한 소재를 찾는데는 게임에 몰입했던 경험이 꽤 도움이 된다.
일단 분석할 주제에 대한 선택지가 하나라도 많으면, 검토 받을 때 조금이나마 이득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 늦은 나이에 원하던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든다.
지지부진한 내 실력에 답답할 때가 많아 늘 일이 좋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드는 건 진심이다.
향후 키우고 싶은 역량
사실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인다.
- 파이썬, 특히 pandas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
- 통계 및 머신러닝 기법 지식
- 가설 설정 및 해당 가설들을 증명하기 위한 논리적 흐름
-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더라도 필요한 경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 더 나아가, 팀원들에게 센스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팀워크
등등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 속도에 너무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 속도를 찾아나가는 것,
그리고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는 시간관리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일이 즐겁고 고마운 만큼, 오래오래 일할 수 있도록 체력을 계속 길러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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