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이런 출사표를 던지며 글또 5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의 저는, (아니 어쩌면 지금도 마찬가지일수도 있겠지만) 30대가 되어서야 무언가 시작점에 섰다는 어떤 뽕(?)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습니다.
사회가 바라보는 기준으로는 늦은 나이에, 신입으로 새로운 직무를 시작하게 되었기 때문에 "내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그래도 늦은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나?"라는 고민들이 당시에도 있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글또 시작은 "데이터 분석가로서 뭔가 해내겠다, 남들보다 늦은 만큼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래서 목표를 이루었는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부끄럽게도 제가 너무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고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글또에 참여하면서 제가 작성했던 가입인사를 먼저 살펴보면
글또에서 하고 싶은 건, 우선순위 순으로
1. 시계열 분석 2. 파이썬 공부 3. 다변량 분석
이걸 비전공자가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념적으로 이해하는 것(+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것)이 목표인데, 너무 거창하게 잡은 것 같기도 해서, 제 상태를 보면서 적절히 조정해나가고 싶습니다.
라는 굉장한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비전공자에 가까운 제가 전공 지식을 익히려고 노력하는 과정까지는 OK. 그러나 이걸 저와 같은 비전공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리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것이라는 걸 그 때의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에 보험 약관처럼, 빠져 나갈 구멍으로 "제 상태를 보면서 적절히 조정해나가겠다"고 적었는데, 결과적으로 너무 조정해버렸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글또 참여 기간 동안 제가 작성했던 글 리스트를 보면,
- 입사 회고 및 활동 다짐
- 백종원의 골목식당, 그리고 나 (글또 미제출)
- 헷갈리는 회귀분석의 기록(1) - 회귀분석의 가정 및 결정계수의 의미
- pycheckio 예제 문제 풀기 - Caps lock (글또 미제출)
- 11월 3주 주간 업무 회고 - 좋은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
- 2020년을 되돌아보며(연간 회고)
- K-means Clustering에 대한 고찰
- 헷갈리는 회귀분석의 기록(2) - 회귀분석 모형 진단
- 애송이 분석가의 입사 1년 회고
- [ADP 준비] Kaggle 자전거 수요 예측 문제 (1) - EDA
- 1만 시간의 재발견을 읽고 + 분석가로서의 성장에 대해
- 파이썬을 공부하며, 생각의 파편들(글또 미제출)
- 세상살이에 번뇌하는 나 자신을 위한 3계명(글또 미제출)
- 시계열 분석 - ARIMA 모형 정리
총 14개의 글 중 8개의 글이 회고글로, 기술 관련 글을 많이 작성하지는 못했습니다.
시계열 공부 + 파이썬 공부글 작성이 글또 참여 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아쉬운 점입니다. 또, 초기 목표와 멀어지면서 글이 글또 마감 주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작성될 때가 많았고, 공부 계획이 명확하지 않고 이것 저것 찔러보면서 중구난방으로 흘러가버린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글또 참여 기간 동안 실력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글또에서 얻어간 것은 없는지?
글또에서 얻어간 것이 없느냐고 하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력적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실력적인 성장을 못 이뤘는데 뭘 얻어갔냐?"라고 누군가 반문한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얻어간 것이 있었다고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바로 저라는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내면의 성장 경험"을 글또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또 참여하면서 그래도 내면이 안정되어 가는 것 같은, "나라는 사람이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려고는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글또'만의 효과는 아니고, 제가 노력하고 있는 일련의 활동들에서 얻어진 외부 효과의 영향력도 크겠지요. 그렇지만 글또 활동이 '내가 잘 나아가고 있구나'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불안감이 굉장히 높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굉장히 박한데 또 이상은 굉장히 높은 사람입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니 스스로에 대한 불만도 많고, 노력해도 못하는 부분만 보이니까 쉽게 자기계발을 포기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글또를 참여했을 때도, 예상은 했지만 굉장한 실력자 분들이 많아서 '내가 이 모임에 참여하는 게 맞았나?'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조금은 부끄러운 이야기지만요.
"그래도 내가 어떤 부분에서는 최고였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네?" 라는 마음이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면서도 내가 썩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는 과정이 초반에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혼자만의 싸움을 하자고 다짐했으면서 말이죠.
그렇지만 글또 활동을 지속하면서, 그리고 그것이 제가 평소에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해 왔던 노력들과 결합하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글또에서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무언가를 배우고, 피드백을 해줄 수 있었고, 초반에 느꼈던 불편한 감정들이 많이 해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성장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지난주 글 제출을 하면서, "그래도 시계열 글 하나는 제출했네. 시계열 공부 결국 하나도 안 해서 제출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하긴 했네" 라는 자기 위안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나는 뭐든지 다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올해만큼 스스로에게 따뜻한 말을 많이 해줬던 때가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라는 사람의 본질도 있기 때문에, tmi지만 이번 주는 자존감과 실력 문제로 심각한 속앓이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들과 함께 글을 쓰고,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스스로에게 유익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글또 6기에 참여할 것인지?
이것에 대한 부분은 사실 확답을 못하겠습니다.
글또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뭘 하고 싶은건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만약 이 부분이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로 글또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번에 했던 실수를 다시 반복하게 될 것 같아요.
물론 실수를 반복하는 게 지양해야 하는 바지만,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적어도 글로 정리가 애매한(?) 선형대수학과 수리통계학은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재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 성장에 대한 목표를 좀 더 구체화하고 싶다.
- 글에 대한 계획을 좀 더 명확하게 잡아서, 기획물 하나를 완성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는 마음도 크기 때문에, 글또 휴식 기간 동안 이 부분을 자신과 대화해보면서 재참여 여부를 결정짓게 될 것 같습니다.
글또 5기에 참여하셨던 분들께는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그리고 앞으로 글또에 참여하게 될 분들께는 이런 성장 경험도 있다는 간증(?)을 남기며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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