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만시간의 재발견을 완독했다.
개발자 글쓰기 모임(글또) 내 독서 소모임(?)에 참여하게 되면서 알게 된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남는 것도 많고, 회사에서 상반기 개인 목표를 정하는 데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관련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1. 1만시간의 재법칙 요약
책에서는 체스, 테니스,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탁월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걸 그대로 쓰는 게 멋있어 보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예시를 상상하며 읽었기 때문에 책의 예시를 완전히 벗어나서 그냥 내 식대로 요약하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즐기지만,
홍대병이 있는 나는 종종 마음이 답답할 때마다 롤 대신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시공)'을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엄청난 웨이팅을 뚫고, 게임이 잡혀도
심각한 발컨이라 함께 게임을 하는 팀원에게
'게임 정말 못하시네요. 차라리 유인원이랑 게임하는 게 더 낫겠어요'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이다.
이런 내가 '히오스'를 잘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책에서는 단순히 '1만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목적 의식 있는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히오스의 예시로 들면
- "나는 제이나라는 캐릭터의 숙련도를 높일거야" 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거지,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컴포트존에서 벗어나서
- '적군과 아군이 전투를 할 때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하지? 오브젝트 싸움은 어느 타이밍에 하면 좋을까? Q, W, E, R 적중률은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와 같이 실력을 늘리기 위한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면서,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히오스의 실력이 쑥쑥 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읽으면서
- '나는 그동안 시간만 보내는 일이 굉장히 많았구나' 라는 자기 반성,
- 이 과정을 통해서 성장을 할 수도 있겠다는 작고 소중한 희망,
- 동시에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정이므로 꼭 필요한 부분에 선택적으로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다.
2. 나는 성장을 하고 싶은가?
그렇다고 정말 히오스를 통해서 성장하는 경험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분석가로서의 성장'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연습해서, 성장을 이뤄낸다는 것이 굉장히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안락함을 넘어설 용기가 있는지, 내가 정말로 성장을 하고 싶은지부터 고민을 해봤다.
'나 자신의 성장'이 아니라 '남으로부터의 인정'을 원하는 것이라면,
수많은 시간을 쏟아서 연습을 해 나갈 이유가 없을테니까.
깊게는 생각 못해봤지만,
- 어떤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정해지지 않아 이것저것 건드려보다가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포기
- 반대로 망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도저도 안 해보다가 흐지부지 되어버리기
- 인내심이 부족해서 내가 공부해도 늘지 않는 것 같으면 쉽게 포기
이런 문제가 산재해있으나, '성장'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분석가로서 가장 이루고픈 건,
엄청나게 추상적이지만 "누가 읽어도 재미있는 보고서"를 쓰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게 더 낫고,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면, '누가 봐도 있어보이는 보고서'를 쓰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누가 읽어도 재밌는 보고서를 쓰고 싶은 건,
분석가로서 그래도 이만큼은 하고 싶다는 욕심과 자기만족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 기술적인 측면(머신러닝 등 통계적 기법 익히기)
- 문서 작업 숙련도 높이기
- 데이터 분석 경험 늘리기 등
수행해야 할 항목이 너무 많은데, 내 실력은 한없이 부족하다보니
이것저것 건드리다 망하고, 그 과정에서 지치게 되고, "성장"이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 될 때가 있다.
3. 나는 어떻게 성장하고 싶은가?(자기 피드백)
지금은 회사에서 '재미있는 보고서'를 쓰기 위해 욕심을 부리고 있다.
다만, 내 실력 대비 욕심이 많아서 시간은 부족하고, 납기는 맞춰야 하니 항상 좀 아쉬운 결과물이 나오고,
부족한 결과물을 들여다보면서 피드백을 해야하는데 또 다음 업무를 진행해야 하니 흐지부지 되는 것 같다는 게 문제이다.
항상 듣는 피드백도 비슷하고,
다른 분들의 장점을 보면서 '내가 부족하구나' 생각만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이 참에 조금 더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그렇다고 회사 보고서를 갖고 예시를 들 수는 없으니,
작년 이 맘때 백수 시절 작업했던 개인 보고서(은평구가 헬평구로 인식되는 이유에 대해)로 예시를 들어보려고 한다.
(1) 소재는 그럴듯, 막상 보면 알맹이가 안 보임.
당시 은평구에 살았는데, 어쩐지 인터넷에서 이미지가 그닥 좋지는 않았다.
은평구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배경이 무엇인지 찾고 싶었는데, 그게 녹록치 않아 은평구와 관련된 이모저모 데이터를 정리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뭔가 냄새는 맡으려고 하는데, 끝에 힘이 빠져버리는 게 문제다.
(2) 정작 독자를 고려하지 못한다.
결국 위와 비슷한 이야기다.
글을 읽는 독자는 결국 '은평구의 이미지가 어쨌다는 건데', '은평구가 그래서 어떤 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건데'에 대한 것을 궁금해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저런 식의 공공데이터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들을 쭉 나열한 다음에 마지막에 소심하게 결론을 내는데 그쳤다.
저 줄줄이 소세지 나열식 데이터를 끝까지 봐줄 독자는 없다. 두괄식 작성!이 중요하다.
또, 보고서 구성 뿐만이 아니라 독자가 정말로 궁금해 할만한 소재가 무엇인지, 기타 자료의 가독성은 괜찮은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3) 나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
결국 이것도 1, 2번의 연계이다. 소재만 찾고 주제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내 주장이 희미해지고, 하고 싶은 말이 모호하니 '일단 자료부터 펼쳐보고 생각해볼까?' → (자료를 다 펼치고 나도 잘 모름)'와.... 대충 이렇게 이렇게 엮으면 있어 보이지 않을까?' → '에라 모르겠다. 완성만 하자'
이런 헬 테크를 타버린다. 처음부터 내가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결국 보고서는 알맹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4) 데이터의 정확도도 중요
데이터로 주장을 펼쳐야 하니, 결국 데이터는 무조건 정확하게 추출되어야 하고, 정리나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내 실수로 섞이면 안 된다.
계속 검수하고, 확인하는데 그럼에도 매번 불안하다.
개인보고서 한정으로는, 입사 전에 마무리는 지어야지 하고 급하게 마무리 지은 거라 검수 과정이 더 약했던 것 같다.
일하면서 중간중간 계속 데이터의 정확도를 확인할 수 있는, 검수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5) 결국 중요한 건 끊임없는 자기 피드백
작년에 썼던 보고서를 보는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낯부끄러웠다.
뭘 어떻게 고쳐야겠다 이 생각보다는 그냥 '와 이거 뭐야 왜 이래' 싶어서 제대로 쳐다도 못 봤다.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그 사이에 글또에 참여하면서 눈만 높아져서 그런 것 같은데..
좀 더 주기적으로 내 보고서를 읽고 고쳐가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보고서만 해도 이런데,
기술적인 부분은 갈 길이 한참 더 남았다.....
갑자기 좀 암담해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늦더라도 계속 걸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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