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출근길이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간다. 출근길에는 늘 같은 자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이 계신다. 보통 일반적으로 전단지는 지하철 역 앞에서 나눠주기 마련인데, 횡단보도 앞에 자리를 잡고 춤을 추듯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들 보며.. 처음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하철 역이 아닌데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장소를 발굴해 내다니! 신박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전단지를 받았다.. 문제는 같은 장소에서 출근길에 전단지를 맞닥뜨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강조되고 반복되는 전단지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전단지를 받거나 거절해야만 저 길목을 지나갈 수 있다는 상황이 스트레스가 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풀숲에서 야생 포켓몬이 전투를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전단지에 대한 반감이 전단지를 뿌리는 헬스장으로 번져갈 무렵 문득 반복되는 푸시 메시지가 오히려 유저를 이탈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유저를 유입시키기 위한 반복적인 액션(혹은 다크패턴)이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상황이 반복되는 전단지로 고통 받고 있는 내 모습과 겹쳐 보였던 것이다. 전단지도 유저를 유입시킨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이 겹치기도 했고..
그렇게 유저 유입 관점에서 전단지라는 경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또 이 경로를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라는 의문과 호기심을 품고 헬스장 데이터 분석가가 되었다는 상상력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마케팅 데이터 분석을 한 번도 해 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주요 지표 정의
어느 산업이든, 결국 매출이 가장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그러나 산업마다 BM이 다르기 때문에 주요 지표를 정의하기 전에 우선 헬스장 산업에 대한 특징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가면 좋을 것 같다.
헬스장 산업의 특성
관련해서는 토스(머니그라피) 채널의 "비주류 경제학"을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https://youtu.be/NkHOPIq8e9s?si=sxfmxBkPCjKbSiq-
해당 영상에서 고르고 골라낸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오프라인 공간에서 유저가 특정 시간만큼 본인의 시간을 사용한다는 관점에서는 헬스장은 공간 대여 산업에 가까운 형태를 지닌다.
- 그러나 헬스장의 공간 대여료는 월 5만원 내외로 시간이 지나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단순히 유저를 많이 끌어 모으는 것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그래서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고래 유저를 데려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헬스장 이용 유저가 1회 단가가 비싼 PT를 받는 쪽으로 전환되면 헬스장에서는 더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다.
- 그게 아니면 단기권을 끊고 끝나는 게 아니라 금액이 비싼 장기권(1년권...)을 끊고 다닐 수 있는 사람을 데려 오는 게 수입에 더 유리하다.
주요 지표
헬스장 = 공간 대여(혹은 구독 BM)이라는 관점에서 헬스장 산업에서 중요한 지표는 AU, LTV, retention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AU(Active User, 활동 유저 수)
회원 수만큼 매출이 나오는 구조인만큼 뭐니 뭐니 해도 AU가 가장 중요한 지표일 것이다. 어디든 AU가 안 중요할까 싶지만 회원이 헬스장 이용권을 구매하는 것이 주요 BM인 헬스장에서는 사람 수 = 매출로 직결되기 때문에 AU는 정말 중요한 지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관점에서는 NRU (New Registered User, 신규 가입 유저수)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논외긴 하지만.. NRU로 검색해 보니 거의 게임 마케팅 용어로만 검색이 되는데 다른 서비스에서는 신규 가입자 수를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하다..!)
LTV (Life Time Value, 고객 생애 가치)
고객 생애 가치란 한 명의 고객이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되는 총 수익을 의미한다.
수식으로는
(평균 구매 금액 x 구매빈도 X 고객 유지기간) - 고객 획득 비용
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역시나 어디든 돈을 많이 쓰는 유저를 모으는 게 안 중요하겠냐만은 헬스장의 BM에 저 수식이 너무 딱 맞아 떨어지기에 LTV 지표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구매 금액, 구매 빈도 : 월 단위의 유저의 이용권 금액, 구매 빈도는 1개월에 한 번으로 고정
- 고객 유지 기간 : 유저가 얼마나 오래 이용하는지
만일 PT라는 추가 서비스를 받는다면 유저의 PT 이용 금액, PT를 이용하는 기간을 고려해서 LTV를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Retention (잔존율) / Churn Rate (이탈율)
유저가 중간에 이용권을 환불받게 되면 그만큼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 유저가 중간에 이용을 포기하고 환불을 받지 않도록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유저가 중간에 이용권 구매를 중단하게 되면 매출이 끊기게 되므로 이 역시도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마케팅 수단으로써 전단지
요즘은 헬스장이 너무 많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으로 헬스장을 검색해서 찾아보는 형태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나만 해도 "일하는 지역명 + 헬스장"으로 검색해서 PT를 알아보지 않았던가?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서 광고를 띄워서 상위 노출을 시키거나, 운동닥터나 니짐내짐 같은 어플에 광고를 하거나, 혹은 헬스장 자체 SNS를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시대에 전단지가 효과가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전단지는 온라인에 비해 CAC(Customer Acquisition Cost)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헬스장은 결국 오프라인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서비스인만큼 "입지"라는 강점을 강조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운동을 할까 말까 고민만 하는 직장인 A 씨. 그러다 문득 지하철 역 앞에서 헬스장 전단지를 받았다. 아니?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헬스장이 있었다고? 한 번 이용해 볼까?라는 식으로 유저 유입 시나리오(희망편✨)를 전개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검색 상위 노출, SNS 등의 마케팅 방법은 유저가 직접 검색을 했을 때에는 효과가 높지만 반대로 유저가 검색을 하지 않으면 효과가 거의 없다. 그러나 전단지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불쑥 찾아오는데, 이 때 헬스장에 대한 니즈가 없던 유저에게 잠재적 니즈를 건드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전단지 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을 것도 같다.
모객 비용도 저렴하고 로컬 기반에서 잠재적 니즈를 건드려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마케팅을 병행해서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전단지 효과를 높이려면?
전단지만이 갖고 있는 뚜렷한 강점을 살리려면 유저의 잠재적 니즈를 잘 건드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개 헬스장 전단지는 굉장히 화려한 색감을 가졌다. 메시지(마케팅 문구)보다는 색감이 눈에 더 들어오기 때문에 유저의 잠재적 니즈를 파고들 요소가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압도적인 시설", "체계적인 1:1 지도" 등으로 헬스장을 이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광고한다. 그런데 이 혜택이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쓰여 있다보니 마음에 딱 꽂히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야근 체력 증진",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 할 때" 같은 현실 밀착형 문구를 넣는다면 어그로는 끌릴지언정 눈에는 더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단지 효과를 측정해 보자
먼저 전단지를 배부해서 어떤 효과를 보고 싶은지, 지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앞서 주요 지표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유저 유입 단계인 전단지 배부 단계에서 헬스장 이용권 구매까지의 퍼널이 무척 길기 때문에 주요 지표를 바로 쓰지는 못할 것 같다.
전단지를 받는다 → 헬스장에 문의를 하고 방문한다 → 만약 무료 이용권도 있다면 무료 체험도 해본다 → 갈지 말지 결정한다..의 퍼널이라 전단지의 효과가 있더라도 중간 퍼널에서 유저가 새어 나간다면 구매 전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일단 AU니, 리텐션이니 이런 지표는 배제한다..!
대신 전단지를 받고 헬스장에 문의가 오는 건수, 즉 헬스장 문의로 전환시키는 비율을 지표로 설정해봄직 한 것 같다.
이때 분자는 헬스장 문의 건수, 분모는 전단지 배부 건수로 둘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전단지 배부 건수가 적어도 헬스장 문의 비율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전단지가 얼마나 소진되었는지도 보조 지표로 둬보자. (어차피 상상인데 뭐)
전단지를 배부함에 있어 어느 기간 동안, 며칠에 한 번씩 뿌릴지 배부 주기를 최적화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당장 내가 잦은 전단지 배부로 스트레스를 굉장히 받고 있지 않은가. 유저에게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마케팅 효율이 좋은 배부 주기를 찾아야 할 것 같다.
- 2주 동안 매일 전단지를 배부하면서 배포+N일차부터 유저에게 문의가 오는 건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지 보거나, (급격히 줄어들기 전까지만 배부하고 그 이후에는 배부하지 않는다거나)
- 전단지를 매일 배부했을 때를 베이스라인으로 두고 3일에 한 번 뿌렸을 때도 베이스라인과 비슷하게 문의가 오는지, 7일에 한 번 뿌렸을 때도 베이스라인과 비슷하게 문의가 오는지 실험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또 앞서 입지를 강조하는 측면이나 혜택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전단지가 유용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러면 장소나 문구를 바꿔서 효율적인 전단지 조합(?)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설 1 : 헬스장 근처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면 헬스장 문의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
가설 2 : 직장인을 타깃으로 직장인 맞춤형 문구를 넣으면 문의 전환율이 높아질 것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A 지역과 헬스장 근처에서의 B지역으로 나누고, 문구도 일반적인 문구와 "직장인, 이제는 생존 운동이 필요한 때. 직장인을 위한 생존 운동 강습합니다"라는 타겟 문구를 넣어 4개 조합을 만들어본다고 가정해 보자.
각 문구와 장소를 구분할 수 있도록 쿠폰을 붙이고(A_0001001, B_0002001 이런 식으로 식별자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각 장소에서 전단지를 섞어 뿌리면 그나마 AB 테스트와 비슷한 환경이 되지 않을까 싶다. (완전한 독립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AB 테스트라고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쿠폰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혜택을 제공해준다면 식별자로 어떤 조합이 효과가 가장 좋았는지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장소와 문구 각각 2x2로 4개 조합을 만들었는데, 전단지와 장소의 교호항까지 고려하여 조합을 구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성과변수(outcome variable)은 전단지를 받은 유저가 문의를 한다, 하지 않는다의 binary의 형태이기 때문에 장소, 전단지 문구, 교호항(interaction term) 3개 변수를 넣은 로지스틱 회귀(logitstic regression) 모델링을 고려해 봄 직도 할 것 같다.
만일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직장인 맞춤 문구를 넣은 조합이 좋았다고 가정해 보자. 직장인 타게팅이 먹혔다는 뜻이므로 좀 더 공격적으로 직장인을 맞춤으로 한 강습 프로그램을 신설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거북목 완치 스트레칭 강습이라거나, 의자병 이겨내기 강습이라거나... 거기서 PT까지 유도할 수 있도록 홍보를 한 번 더 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성과를 내는 것에 뿌듯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운동을 꾸준히 나오면 자랑스럽게 인증할 수 있을만한 뭔가를 제공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빈약한 상상력으로 액션 아이템을 뽑아내보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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