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솔직하게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아이돌 노래에 진심이다. TMI지만 2010년도에 샤이니, 에프엑스를 시작으로 아이돌 노래에 입문하게 되었고, 요즘은 JYP 소속사의 스트레이키즈와 엔믹스에 조금 진심이다.
엔믹스(Nmixx)가 누구야?
엔믹스라는 그룹은 생소하더라도, 뉴진스라든가, 아이브라는 그룹은 익숙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하다. 엔믹스는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과 같은 아이돌 그룹과 데뷔 시기가 비슷해 4세대 여자 아이돌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국내에서의 대중성은 조금 낮은 편이다.
구글 검색어 트렌드로 4세대 걸그룹의 검색량을 비교해보면, 대중성의 차이를 조금 가늠할 수 있다.
보라색으로 표시되는 아이브가 검색량으로는 가히 압도적인데, 특히 4월 부근에 정규앨범 I've 을 내면서 검색량이 폭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엔믹스는 평균적으로도, 그리고 검색량이 많은 고점끼리 비교해봐도 대조군(?)에 비해 검색량이 저조한 편이다.
이렇게까지 검색량이 낮다면, '엔믹스는 잘 안 되는 걸그룹인 거 아냐?' 라고 판단할 수 있을 법 하다. 그렇지만 엔믹스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자료가 있다.
일반적으로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소위 과금력이 좋은(?) 코어팬이 약하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한 경향이 깨지기 시작한 게 4세대 걸그룹의 등장 시점부터인데 실제로 4세대 걸그룹(에스파)의 활약 시점부터 초동(* 앨범 출시 후 일주일 내의 판매량, 팬덤 크기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라고 한다.) 100만장의 신화를 쓰기 시작한다. 위에서 봤던 에스파,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도 그리고 엔믹스도 초동 100만장 이상 달성에 성공했다. 즉 엔믹스 역시 어느 정도 코어 팬덤이 탄탄하게 갖춰진 내실 있는 걸그룹이라 할 수 있다.
대중성은 부족하지만, 코어 팬덤은 갖춰진 것으로 보이는 걸그룹.. 인 동시에 엔믹스는 다른 걸그룹과 또 다른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엔믹스가 스페인어에 진심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에 스페인어가 제목인 노래를 출시하기도 했고,
멤버들도 스페인어가 어느 정도 능숙하다고 하고, 실제로 스페인어로 노래를 부르는 콘텐츠를 진행하기도 했다.
보통의 일반적인 아이돌은 영어나 일본어, 중국어를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페인어를 미는 경우는 신선하게 느껴져서 엔믹스는 왜 스페인어에 진심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이렇게나 경쟁이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이유 없는 컨셉은 없다고 생각해 이런 저런 자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열심히 듣기만 했지, 엔터 산업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본 일이 없었는데 조사를 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 한 번쯤은 "와 이렇구나" 흥미롭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뇌피셜로 매출 구조를 파악하지 않기 위해 JYP의 사업 보고서를 확인해보았다. 매출은 크게 음반 사업 - 매니지먼트 사업으로 나뉜다.
음반은 음반과 음원으로 나뉘는데 음원으로는 수익이 많이 안 난다고 하니, 사실상 음반으로 내는 매출이라고 볼 수 있다.
매니지먼트 사업은 콘서트(공연), 광고, 출연료, 기타로 나뉘는데 기타에는 아이돌 굿즈가 포함되어 꽤나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음반 / 콘서트 / 굿즈 등으로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결국 코어 팬덤이 강해야 한다. 가수와 관련된 산출물(?)을 구매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수익이 날 수 있는데, 굳이 음반을 사지 않고 음원으로만 노래를 듣고, 굳이 공들여 티켓팅을 하지 않고, 굳이 굿즈를 사지 않고 유튜브로만 가수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있다면(적으면서 보니 나네...?) 엔터테인먼트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반면, 광고 쪽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해당 가수가 소수의 코어팬과 더불어 다수의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코어팬덤과 대중 사이에서 적절하게 줄타리기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국내에만 시장을 한정짓기 보다는 글로벌적으로 어필할 때 코어팬과 대중을 모두 늘릴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설프게나마 그림을 그려보면 아마도 요 사분면 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그림이 나오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어느 쪽에 더 집중하고, 덜 집중하는 그림은 나올 수 있어도 성공한 아이돌은 요 사분면을 아우를 것으로 보인다.
JYP는 어떤 엔터 회사인가?
엔믹스는 JYP 소속사이기 때문에, 엔터 회사 중에서도 JYP가 가진 특징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JYP는 멀티 레이블이라는 시스템을 거의 처음으로 도입한 회사라고 한다.
이전에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소속 연예인을 육성하기 위해서 음반을 만드는 프로듀싱 팀 따로, 홍보를 하는 팀 따로, 앨범 컨셉을 잡는 팀 따로 나뉘어 있고 각 팀별로 모든 소속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면,
멀티 레이블 시스템은 각 레이블(팀) 별로 소속 아티스트를 전담해서 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말할 수 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닐 수 있으나, 데이터 분석가를 분석가 팀에 묶어두지 않고 각 팀에 배치시켜서 각 팀 별로 효과적인 정책 제언을 할 수 있도록 만들면 그게 바로 멀티 레이블 시스템인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소속 가수는 어떤 레이블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같은 회사라도 색깔이 많이 달라지게 되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소속 가수들을 포트폴리오로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될 때의 강점은 리스크를 헷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한다. A레이블에서 야심차게 컴백한 가수가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B레이블에서 성공을 이뤄낸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손익이 상쇄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꽤나 JYP가 해외 진출에 진심이라는 것인데, 이건 "슈카월드"에 출연한 박진영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에 쏟는 투자량의 절대 수치는 경쟁사인 하이브에 비해서 적을 수 있어도 비중은 JYP가 더 클 것이다 라는 내용인데, 요는 JYP는 해외 진출에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 일환이겠지만, JYP에는 다른 회사에서 보지 못한 현지 특화 아이돌을 소속 아티스트로 소개하고 있다.
보이스토리는 중국인으로 구성한 남자 아이돌 그룹이고, NiziU(니쥬)는 일본으로만 구성한 여자 아이돌 그룹이다. 작년 사업보고서라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VCHA라는 미국 시장을 타겟으로 한 아이돌도 2024년 1월 데뷔했다. K-Pop 그룹이라고는 하지만, 멤버 구성은 모두 현지인(보이스토리 중국, 니쥬 일본)으로 구성되어 있어 조금 미묘한데, K-pop을 하지만, 현지인 멤버를 통해 타겟 시장에서의 친숙도를 높이려는 전략인듯 하다.
여기까지 엔믹스와 엔터, JYP에 대한 개괄 소개를 해보았다. 간략...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요러한 지식을 기반으로
"엔믹스는 왜 스페인어에 진심일까 = 엔믹스는 중남미 시장에도 어필을 하기 위한 JYP의 큰 그림이 아닐까?"
에 대한 가설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1. 스페인어의 가성비
스페인어를 스페인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중남미 지역 대부분의 국가, 북미 지역에서도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페인어 하나만으로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의 범위가 매우 넓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서도 스페인어를 최우선으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스페인어 지원 하나만으로 중남미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언어에 대한 어필은 꽤 중요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논리를 찾지 않더라도 당장 해외 축구에서도 우리나라 선수가 뛰고 있는 팀이면 조금 더 마음이 가듯, 수많은 K-pop 그룹 중 한 그룹이 우리나라의 말을 더 친숙하게 쓰고, 콘텐츠를 만들어준다면 조금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엔터테인먼트 회사도 "아티스트"라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산업의 일환이라고 볼 때, 결국 특정 언어의 사용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타겟 시장에 대한 어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스페인어 콘텐츠는 단순히 스페인 사람에게만 어필하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 전 국가에 대한 어필이기도 하다.
2. 남미 진출의 교두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매출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국내, 해외에 모두 어필해야 가능하다고 위에서 언급했었다.
그리고 이미 K-pop은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었는데, 하이브, JYP, YG 등 대형 기획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국내 매출 비중을 넘어섰다고 한다.
JYP의 북미 유통사인 리퍼블릭레코즈의 정산, 북미 매출도 꾸준히 성장세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미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이 어느 정도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교적 블루 오션인 남미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사인 하이브에서도 남미 진출을 위해 "하이브 라틴아메리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고 하기도 하고,
같은 기사에서 "라틴 아메리카의 시장 규모가 13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 중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 이라는 해석을 미루어 보아, 남미 시장이 어느 정도 시장성이 있는 블루 오션으로 해석이 됐다.
결국 해외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게 중요한데, 어느 정도의 시장 규모가 있는 시장에 접근하며 차근차근 파이를 넓혀나가는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닌가 싶었다.
3. JYP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그러면 도대체 왜 신인 걸그룹인 엔믹스를 중남미 타겟으로 하는 실험을 하고 있을까(사실 뇌피셜임) 하는 생각이 들었고, JYP의 자료를 더 확인해 보고 싶어 IR 보고서를 찾아봤다.
검색해보니 JYP 주주라면 싱글벙글할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는데, 가령
- 스트레이키즈의 미국 빌보드 1위라든가
- 니쥬(JYP에서 제작한 일본 현지화 아이돌)의 성공적인 데뷔라든가
- 트와이스가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또 남미에서 의외의 성과를 거뒀다든가
이런 호재가 써 있어 살짝 JYP 주식을 사고 싶어지는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참았다.) 물론 IR 보고서에는 호재만 써 놓는 게 국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속 아티스트의 없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던 JYP 소속사의 특징인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통해 기업에서는 아티스트를 포트폴리오로서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엔믹스는 JYP에서 새로 신설한 4본부에서 프로듀싱한 그룹이다. 아예 없던 본부를 새롭게 만든 것은 이전에 제대로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성공 경험을 쌓고 그렇게 JYP의 시장 풀을 넓힐 수 있도록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여기까지 엔믹스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그렇지만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이 궁금증을 속성으로 찾아본 어느 팬의 뇌피셜이다. 정말로 중남미 시장에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할지, 혹은 국내에서의 입지를 더 넓힐 수 있도록 힘 쓸지 앞으로 엔믹스의 행보가 어떻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현재의 나는 엔믹스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고, 엔믹스의 노래를 열심히 찾아듣는 팬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Dash"라는 노래가 매우 매우 좋으니, (처음으로 공중파 1위를 한 노래다!) 많관부 많관부!
사실 내 글보다 도움이 될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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